삶의 기록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에서 여는 자서전을 씁시다Ⅰ에 주목해 주십시요.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 동안 오후 7시-9시 진행됩니다. 며칠 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특별한 결과물을 생산할 계획은 없습니다. 삶의 기록은 짧은 시간에 작성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올해는 자신의 삶의 기록을 독려하고, 방법을 제시하는 제안 혹은 깨움의 의미를 갖습니다. 삶의 구술과 기록에서 먼저 챙겨야 할 몇 가지를 알려드립니다.
● 사업명: <혼불문학강연 퍼레이드> 중 <자서전을 씁시다Ⅰ>
● 일시: 10월 12일-14일 오후 7시-9시(3일)
● 장소: 최명희문학관 비시동락지실
● 주최: 혼불기념사업회
● 주관: 최명희문학관,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소
● 후원: 전라북도, 전주시
● 내용
- 1강 <<font color=#6e0017>12일(화) 오후 7시-8시>
자서전, ‘그분’만 쓰는 건 아닙니다!/장성수(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2강 <</font>12일(화) 오후 8시-9시>
나의 기록관, 아카이브 만들기/박순철(전북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 3강 <</font>13일(수) 오후 7시-9시>
삶을 떠올리는 내 기록물은 무엇일까?/함한희(전북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 4강 <</font>14일(목) 오후 7시-9시>
삶을 글로 옮길 때 꼭 필요한 글쓰기 방법/이경진(시인)
● 모집공고
- 참가자격: 자신의 삶을 직접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분(이왕이면 연세 지긋하신 분) / 3일 동안 4강좌에 빠짐없이 참여할 수 있는 분
- 모집인원: 20명(우선 접수자)
- 참가요건: 참가비는 무료. 자기소개서 혹은 이력서 제출.
- 문의: 최명희문학관(http://www.jjhee.com 063-284-0570)
우리가 배운 역사는 대부분 왕조나 지배계급의 흥망성쇠, 위대한 인물들의 영웅담, 그리고 거창한 사건들로 채워 있다. 거기에는 역사의 큰 물줄기를 이루는 다수 보통사람들의 삶과 그 자취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이들의 삶을 기록하고 해석하는 일은, 따라서 역사를 민주화하는 작업이며 은폐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일은 '먼 옛날'을 통해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까운 옛날'인 지난 20세기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시기도 그렇게 한가하게 해찰할 여유가 없다. 시대를 증언해 줄 많은 분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이 시대 생활의 흔적이 급격히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서둘러야 할 일은 지난 20세기를 살아온 그들 스스로의 입으로 자신의 생애를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역사의 객체로만 머물러 있던 그들을 역사의 주체로 세우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역사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날의 삶'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민중들에게 일상적 삶은 전쟁이나 혁명보다 중요하다. 20세기 한국 민중이 겪은 거창한 사건들도 이러한 일상생활을 떠나면 진정한 역사가 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들 스스로가 말하거나(구술하거나) 쓴 '생애사' 또는 '생활사', 다시 말하면 '자서전'은 역사 바로 잡기의 구체적 실천 가운데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소설가 최명희는 「혼불」은 작가 혼자서 쓴 소설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 시대와 한 가문과 거멍굴 사람들의 혼불이 저희들끼리 스스로 간절하게 타올랐던 것이지요. 저는 단지 그들의 오랜 원(願)과 이야기들을 대신해 써냈을 뿐입니다. 소설에 나오는 마을과 의례에 대한 묘사는 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재현한 것입니다. 기억이 희미한 것은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가 확인하고 물었습니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말없이 버티고 서 있는 산, 저무는 동짓달, 눈 내릴 듯 흐린 날씨의 적막함, 잘나고 당당하고 의젓한 것들의 그늘에 싸여 제 구실을 못하고 숨죽이고 있는 것들을 대할 때마다 그것이 내 가슴에 녹아 글로 저절로 풀어질 수 있을 때까지 뚫어지게 바라보곤 했습니다. 풍요롭지만 피폐한 현대인들의 떠돌이 정서에 한 점 본질적인 고향의 불빛을 전할 수만 있다면, 저는 이야기 쓰는 심부름을 하는 대리인으로서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역사를 해석하는데 있어 「혼불」의 시선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 삶과 정서를 언어 예술의 그릇에 담아내는 일이다.
그 동안 우리는 역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사람들이나 자서전을 남기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민중들의 자서전이란 이른바 잘난 사람들이 쓰는 자화자찬 일변도의 찬양록이나 회고록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일제시대, 한국전쟁 등으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한국의 민중들은 어떤 형태로든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그들의 마음 속 깊이 넣어둔 삶의 응어리들은, 그것이 자서전으로 복원되는 한, 한국 현대 생활역사 자료의 귀중한 보고가 된다. 그들의 파란만장한 일상적 삶의 역정을 듣고 기록하는 일은 그들의 생애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지금 바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